Grooming Essay
스웨덴 장편소설|오베라는 남자|프레드릭 배크만 본문
<오베라는 남자>, 워낙 유명한 책이라 읽기 시작했다.
요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 대게 초반에 적응이 잘 안된다. (-.-);
더욱이 잘 적응이 안되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작가의 속임수에 걸려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가가 노린 거겠지만, 몇 장을 읽으면서 오베의 아내가 집 나간 줄 알았다는. (-t-);;; 그래서 집 나간 와이프를 기다리는 남자 이야기인 줄 알고 처음에 엄청 황당했었다눈. 완전 속아 넘어간 거지만. (나 같이 글에 속아 넘어간 사람 많이 있을까?! ㅠ.,ㅠ)
그래서 초반 문체랑 이야기에 적응을 하느라 책을 놨다, 잡았다, 쳐박아놨다, 이불 위에서 굴렸다, 가방에 넣고 돌아다녔다 이랬다 저랬다 거리다가 결국 책을 다 읽게 되었다. (클클클)(......)
아, 결론적으로 너무 재밌게 읽었다. 키득키득 참 많이도 웃으며 읽었다. (그뤠이또!!!!)
근래 들어 이렇게 감동적이고 흥미롭게 책을 읽은 건 정말 오랜만이랄까?! (꺅! 소리 질럿!!)(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책 제목처럼 주인공은 오베이다.
작가는 그의 일생을 과거와 현재, 때로는 미래(아주 단편적이며 추측성의 느낌으로)의 흐름을 교차 편집하듯이 글을 써내려갔다. 책을 바로 덮기 직전까지 설마 작가가 오베의 죽음을 보여줄까 궁금했는데, 결국 그의 모든 것, 즉 태생 부터 마지막 가는 길까지 담은 속시원한 책이었다.
오베는 유일한 가족인 아내 소냐가 암으로 사망한 후, 그녀가 있는 하늘 위로 가기 위해 매일 죽기 위해 노력하는 사내이다. 그가 극이 끝날 때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성공하지 못한 듯 보이지만, 사실 좀 많이 의문스럽다. 오베가 죽은 날 아침, 뭔가 꺼림직한 느낌을 받은 이웃사촌 파르바네가 오베의 앞 마당이 아주 깨끗하다는 것을 제일 먼저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우 정돈된 또 다른 모든 것들(유서와 단정히 침대에서 죽어 있는 오베 등)이 파르바네가 발견하기 쉽도록 놓여 있었으니깐. 더욱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면, 오베의 아침 일과는 오전 6시 언저리에서 시작하며, 아침 산책과 마을 순찰 같은 일들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눕는 일 따위는 없었으니깐. 어쨌든 작가는 그의 마지막 죽음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오베는 아내를 사랑하고, 사브(Saab, 스웨덴 차 브랜드로 지금은 Nevs에 인수되었다. 지금은 없어진 브랜드이지만, 스웨덴의 전통적인 자동차 브랜드였다고 한다)를 숭배하며, 이과적인 손재주가 있어 스스로 집을 짓고 고장난 기계(가령, 차나 자전거, 라디에이터 등등 일상의 대부분의 것들)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이다. 고집이 쇠심줄 보다 단단하고 일단 무엇보다도 불친절한 사람이란 느낌이 강하다.
현대적인 것보다는 옛 것과 익숙한 것을 극도로 사랑하는 남자이기도 하다. 그의 불친절함, 타협이 없는 성격과 집요함이 초반에 글을 읽기는데 불편한 느낌을 많이 줬다, 개인적으로는. 하지만 그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여러 사건들을 읽어내려가다 보니 어느샌가 오베라는 남자가 좋아졌다눈. 그렇지만, 만약 실제로 만난다면 오베라는 사람을 첫 눈에 혹은 몇 번의 만남으로 좋아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아니. 아마도 좋아할 수 없었을 거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단단하던 그의 성을 무너뜨린 이는 새로 이사온 이웃집 여자 파르바네였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천연덕스러움이 오베의 등껍질에 금을 토도독 냈다면, 그녀의 아이들(뱃속 아이 포함 3명)과 길 잃은 고양이이 그 금을 더 크게 만들었다, 죽지 말고 세상으로 나오라고. 이후에는 다양한 사건들과 사람들이 그의 껍질이 깨지도록 하는 매개체가 된다. 결국, 그는 죽기 직전까지 이웃사촌들과 필요불가결하면서도 뜨거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 모습들이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가슴 찡하기도 하면서 즐겁고 명쾌했다. (^_^)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베의 딱딱한 등껍질을 제일 처음 정복한 이는 그의 아내 소냐이다. 소냐(Sonja 혹은 Sonia 혹은 Sonya)라는 이름은 Sophia라는 이름의 애칭인데, 그 뜻은 지혜, 슬기, 현명함(Wisdom)이다. 소냐는 바로 그런 이로 묘사된다. 인자하며 배려심이 있으며 슬픔을 흘려보낼 줄 아는 그런 사람 말이다. 실제로 교사였던 그녀는 오베와는 달리 책 읽기를 좋아하는 여자이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늘 셱스피어의 책을 학생들에게 읽어주고 읽게하며 가르친다.
소냐의 기질은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오베의 편협한 생각, 삐딱한 시각을 바로잡아주며 세상과 평화와 조화를 이루도록 만든다,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한 효과를 하면서 말이다. 글 속에서 오베와 소냐가 기차에서 처음 만났을 때, 오베는 소냐의 목소리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그녀의 목소리만큼 굉장한 걸 들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거의 킥킥 웃음을 터뜨리기 직전에 있는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말했다. 그녀가 깔깔거리며 웃는 걸 듣고 샴페인 거품이 웃을 줄 안다면 저런 소리가 날 거라고 오베는 생각했다.
뭐, 그래서 샴페인 거품 사진도 찾아봤다는.
샴페인 거품은...입자가 고운 흩날리는 금가루 같달까? 화사하고 눈부시며 역동적이라는 뜻일까?
오베에게 있어서 소냐는 인생에 전부였기에 오베는 또한 이렇게 소냐를 회상한다.
그녀는 운명을 믿었다. 어떤 인생행로를 걷든 간에 '애초에 예정되었던 대로 가게 된다'고 믿었다. 당연하게도 오베는 그녀가 이런 식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잘 들리지 않는 소리로 웅얼거리기 시작하면서 나사못이나 뭐 그런 것들을 주물럭거리느라 바쁘게 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토를 단 적은 없었다. 아마 그녀에게 운명이란 '무언가'였을 텐데, 그건 오베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베에게 운명이란 '누군가'였다.
라고.
그리고, I say, 오베씨, 사실 나도 동의한다고. 그 말에.
우리 모두에게는 그 누군가가 있고, 없는 이에게는 앞으로 언젠가는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 누군가가 반려자일지 이웃일지 친구일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르지만 말이에요.
한편, <오베라는 남자>의 꿀케미는 단연 오베와 고양이다. 고양이의 등장과 고양이의 행동과 생각을 묘사하는 부분들이 오베라는 독특한 사람과 만나면서 엄청나게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때 그때마다 고양이의 능청스러운 행동들이 오베라는 터미네이터와 묘하게 어울린달까?! 둘의 모습을 상상하면 사랑스럽다. (^^)(작가님의 관찰력과 동물과의 친화력에 칭찬을 보낸다!)
또 다른 오베와 어떤 이들의 꿀케미를 보여주는 장면은 파르바네의 두 꼬맹이와 오베가 티격태격하는 모습들인데 원래 글을 좀 가져와서 적으려고 했지만 너무 양이 많다. 그래서 생략하는 걸로. 어쨌든 이들의 케미를 읽다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는 거. (^-^)
그리고, 이 책이 특히 나를 즐겁게 했던 것은 작가의 현대적이며 톡톡 튀는 새롭고도 재미난 표현들이었다! (느낌표를 한 만개쯤은 해야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쌈빡했음!!!)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들을 블로그 기록을 위해 표시를 해뒀었는데 어느새 보니 꽂아둔 종이들이 없어져서 재미난 표현들을 다 이곳에 남기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기억나는 부분들을 추려서 아래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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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베는 쫓겨나는 대신 야간 청소원이 되었다. 만약 이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그는 그날 아침 자기 조를 떠날 일이 결코 없었을 테고, 그녀를 보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그 빨간 구두와 금 브로치와 윤기 나는 갈색 머리도. 또한 남은 평생 동안 누군가 맨발로 그의 가슴속을 뛰어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될 그녀의 웃는 모습도 볼 일이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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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에서 서서 15분을 더 기다리는 동안 오베는 살짝 짜증이 났다. 짜증은 걱정으로 변했고, 그러고 나서 그는 소냐가 자기더러 만나자고 했을 때 실은 그냥 장난을 친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사는 동안 이렇게 바보스러운 기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당연히 그녀는 그와 데이트할 생각이 없었다. 어쩌다 내 머리에 그런 생각을 집어넣었을까? 깨달음이 오자 굴욕감이 용암처럼 치밀어 올랐고, 그는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려 했다.
나중에 그때를 돌이켜보았을 때, 그는 자기가 왜 거기서 계속 기다렸는지 잘 설명할 수 없었다. 아마 그런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은 약속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었다. 딱 꼬집어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물론 그때는 그걸 몰랐지만, 그는 훗날 자기 인생의 수많은 15분을 그녀를 기다리며 보낼 운명이었다. 그의 선친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사팔눈을 떴겠지만. 마침내 그녀가 꽃무늬가 그려진 긴 스커트를 입고, 오베로 하여금 자기 몸의 무게 중심을 오른발에서 왼 발로 움직이게 할 정도로 새빨간 카디건 차림으로 나타났을 때, 오베는 시간 약속을 못 지키는 그녀의 무능함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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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는 어딘가로 차를 몰고 갈 때 일정과 계획을 짜고 어디서 주유를 하고 어디서 멈춰 커피를 마실지 결정했다. 이 모든 게 여행을 가능한 한 알차게 보내기 위함이었다. 그는 지도를 연구해서 각 여행지 사이의 구간을 이동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러시아워의 교통 체증을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결코 잡아낼 수 없는 지름길로 가는 법을 정확히 추산해냈다. 오베는 언제나 분명한 여행 전략을 세웠다. 반면 아내는 언제나 '감이 오는 대로 가자'거나 '쉬엄쉬엄 가자'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해댔다. 마치 다 큰 어른이면 어떻게든 도착하게 될 거라는 양. 그래놓고는 전화하는 걸 까먹거나 스카프 같은 걸 놓고 왔다. 아니면 방금 전에 챙긴 가방에 무슨 코트를 넣었는지도 몰랐다. 등등. 그녀는 식기건조대에서 커피 보온병을 챙기는 걸 늘 깜박했다. 그게 그녀가 챙기는 유일하게 중요한 물건이었는데. 여행 가방에 망할 코트만 네 벌이 들어있었지만 커피는 없었다. 마치 매 시간마다 주유소에 들러 거기서 파는 불에 그슬린 여우 오줌 같은 음료를 사 마시면 된다는 듯. 그러면 일정이 하염없이 밀렸다. 오베가 불만을 터뜨리면 그녀는 어딘가로 차를 타고 갈 때 시간 계획을 짜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냐고 늘 반박해야 했다. "어쨌거나 우리 급할 거 없잖아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마치 그거야말로 진짜 중요한 문제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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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는 몸을 돌리며 본능적으로 주먹을 치켜들었다. 금발 잡초의 선글라스에 반사된 오베의 눈이 오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팔에 그 망할 똥개를 끼고 있었다. 똥개가 으르렁댔다.
"저 사람들 사회복지 기관에서 나왔거든." 그녀가 도로 쪽으로 턱짓을 하며 야유했다.
오베는 주차 구역에 서서 얼간이 앤더스가 차고에서 아우디를 빼내는 모습을 보았따. 오베는 아우디에 파도 모양의 새 헤드라이트가 달려 있는 걸 알아챘다. 아마 밤중에 똥멍청이가 운전하는 차가 저기 오고 있다는 걸 모두에게 간파당할 생각으로 디자인된 것인가 싶었다.
"그게 당신 알 바인가?" 오베가 금발잡초에게 말했다.
그녀의 입술이 찡그리듯 말려들어갔다. 입술에 환경 폐기물과 신경 독소를 주입한 여자가 지을 법한 미소와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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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녀는 이 남자를 꼭 잡았다. 아마 그는 그녀에게 시도 써주지 않을 테고 사랑의 세레나데도 부르지 않을 것이며 비싼 선물을 들고 집에 찾아오지도 않을 테다. 하지만 다른 어떤 소년도 그녀가 말하는 동안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좋다는 이유로 매일 몇 시간 동안 다른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자기 넓적다리만큼이나 두꺼운 그의 팔을 잡고 그 부루퉁한 소년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필 때까지 간질이면, 그건 마치 보석을 둘러싸고 있던 회반죽이 갈라지는 것 같은 일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면 마치 소냐의 내면에서 무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그 무언가는 온전히 소냐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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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동에 전문가는 아니겠지만 사람들이 자기 집에 쳐들어와서 이래라 저래라 명령을 내리는 데 대해 조금도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는 듯 오베가 말했다.
"조용히 해요, 오베!" 파르바네가 그렇게 말하고는 젊은이를 간정하듯 바라보았다. "이제 어째야 하죠? 얘 얼음장 같아요!"
"나한테 조용히 하라고 말하지 마." 오베가 웅얼거렸다.
"얘 죽을 거예요." 파르바네가 말했다.
"죽기는 개뿔, 그냥 좀 차게 식은 것뿐인데......" 오베가 이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쥐려고 시도하며 말참견을 했다.
임산부가 검지를 오베의 입술 위에 올려 그를 조용히 하게 했다. 오베는 이 상황이 말도 안 되게 짜증난 표정이었다. 당장이라도 분노에 찬 피루엣(발레에서 발끝으로 뱅뱅 도는 동작)을 돌기라도 할 태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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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가 사브의 브레이크를 난폭하게 밟자 고양이는 관성의 영향으로 앞으로 날아가 대시보드에 코를 부딪쳤다. 오베의 의기양양한 표정은 '이게 내 대답이다!'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 뒤 고양이는 나머지 여정 동안 오베의 얼굴을 보기를 거부했고, 내내 조수석 구석에 등을 구부리고 앉아 굉장히 기분이 상한 듯 앞발로 코를 문질렀다. 하지만 오베가 꽃집에 들어간 동안 고양이는 운전대, 안전벨트 등 오베의 차 내부를 축축하게 쭉 핥아놓았다.
오베는 꽃을 들고 돌아와 차 전체가 고양이 침으로 범벅이 된 걸 발견하고는 집게손가락이 마치 언월도라도 되는 양 위협적으로 흔들었다. 그러자 고양이가 그의 언월도를 물었다. 오베는 나머지 여정 동안 녀석과 대화하길 거부했다.
교회 묘지에 도착하자 오베는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남은 신무지를 구겨서 공 모양으로 만든 다음 그걸로 고양이의 몸을 툭툭 밀어 차 밖으로 내보냈다. 그런 다음 트렁크에서 꽃다발을 꺼내고 열쇠로 사브 차 문을 잠근 뒤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문 상태를 점검했다. 그들은 꽁꽁 언 자갈이 깔린 경사로를 올라 교회 옆길에 이르렀고, 조금 더 눈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다가 소냐의 무덤가에서 멈추었다. 오베는 손등으로 묘석에 쌓인 눈을 털고 꽃다발을 살짝 흔들었다.
"꽃을 좀 들고 왔어." 오베가 중얼거렸다. "분홍색. 당신이 좋아하는. 그놈들은 이게 추위에 얼어 죽는다고 하지만 더 비싼 꽃을 팔아먹으려고 수작 부리는 거야."
고양이는 묘석 뒤 눈 속으로 숨었다. 오베가 고양이에게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다음 다시 묘비에 주의를 집중했다.
"맞아, 맞아...... 골칫거리 고양이야. 지금 우리랑 같이 살아. 집 밖에서 얼어 죽을 뻔했어."
고양이가 화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오베가 헛기침을 했다.
"처음 왔을 때부터 저 모양이었어." 오베가 불현듯 방어적인 어조로 분명히 밝혔다. 그런 다음 고양이와 묘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저놈을 다치게 한 게 아니라는 거지. 이미 다친 채였다고." 그가 소냐에게 덧붙였다.
묘석과 고양이 모두 그의 옆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오베가 잠시 자기 신발을 바라보았다. 신음 소리를 냈다. 눈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묘석에서 눈을 더 털어냈다. 조심스레 그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보고 싶어." 그가 속삭였다.
오베의 눈가가 살짝 반짝였다. 그는 뭔가 뭉클한 게 팔을 누르는 걸 느꼈다. 잠시 뒤 그는 고양이가 자기 머리를 그의 손바닥에 부드럽게 얹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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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는 아침 식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양이를 내보냈다. 그런 다음 욕실 선반에서 플라스틱 약병을 꺼냈다. 그는 약병을 들고 어디로 던지기라도 할 것처럼 무게를 재고, 알약이 얼마나 남았나 보려고 살짝 흔들어도 보았다.
의사는 끝에 가서는 소냐에게 매우 많은 진통제를 처방해줬다. 집 욕실은 여전히 콜롬비아 마피아의 마약 창고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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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약병 뚜껑을 연 다음 세면대 가장자리를 따라 알약들을 늘어놓았다. 그것들이 조그만 살인 로봇으로 변신하길 기대하듯 바라보았다. 당연히 변신하지 않았다. 오베는 그 사실에 딱히 감동받지 않았다. 그는 이 하얗고 작은 점들이 어떻게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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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예요......"
그가 침묵했다. 그들은, 그러니까 59세의 남자와 10대 젊은이는 몇 미터 거리를 둔 채 눈을 발로 차고 있었다. 마치 기억을 이리저리 바롤 차듯. 어떤 남자들에게서 본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잠재력을 봤다고 주장했던 여성에 대한 기억을 양쪽 다 자기들이 공유하고 있는 기억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른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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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차?"
"르노를 봤거든요." 젊은이가 몸을 좀 더 쭉 펴면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두 남자를 둘러싼 공기가 찰나의 순간 동안 멈췄다. 별안간 기묘한 침묵이 그들을 둘러쌌다. 만약 이게 영화 장면이었다면 카메라는 오베가 마침내 평정을 잃기 전 그들 주위를 360도 회전했을 것이다.
"르노? 르노? 그거 빌어먹을 프랑스제잖아! 어디 빌어먹을 프랑스제 차를 산다고 난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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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가 다시 끄덕였다. 그가 뭔가 말하려고 입을 벌리지만, 오베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서부 영화에 나오는, 치명적인 불의에 맞서 복수를 하려는 남자 같은 동작으로 주택들 사이를 급히 움직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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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돌볼 거예요!" 아니타가 대답했다. 그녀의 시선이 바다속 장례식만큼이나 어두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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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소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 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마치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끔찍한 실수가 벌어졌다고, 사실 당신은 이런 훌륭한 곳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 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바깥이 추울 때 열쇠가 자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때 어느 바닥 널이 살짝 휘는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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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희들!" 그가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그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놈들 중 하나가 몇 걸음 앞으로 나오는 걸 보고, 놈들 중 하나가 뭐라고 소리치는 걸 들었다. 헛간에서 싸움에 쓸 걸 들고 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오베는 곁눈질로 그 사람 형상들 중 하나가 길쭉한 걸 꽉 쥐고 휘두른다는 걸 보고는 저 개자식부터 먼저 때리기로 결정했다.
뭔가가 가슴을 찌르는 듯했는데, 고통이 너무 강한 나머지 동시에 다른 누군가가 등을 가격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베는 등 뒤로 주먹을 날렸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놈이 다시 찔렀다. 마치 누군가 그의 머리 꼭대기에서부터 발끝까지 꼬챙이에 꿰기라도 하듯, 온몸이 고통으로 가득했다.
오베는 공기를 찾아 헐떡였지만 공기가 없는 듯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는 성큼성큼 발을 내딛던 중 쓰러졌다. 몸 전체가 눈 위로 폴썩 넘어졌다. 얼음 조각이 뺨을 긁는 무딘 통증이 감지되었고, 커다랗고 무자비한 주먹이 가슴 안의 뭔가를 쥐어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알루미늄 캔을 손으로 으스러뜨리는 것 같았다.
오베는 강도들이 눈을 밟으며 뛰어가는 소리를 듣고, 놈들이 달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머릿속의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형광등이 줄줄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폐에 산소가 없었다. 귓속에서 피가 꿀렁이듯 뛰는 혈관 때문에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와중에 멀리서 파르바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표현들이 엄청 많았는데, 필사하다 보니 너무 졸려서 큰 것들만 추려서 포스트를 완료한다. (윽!)(개피곤....)
그래서 어쨌든 급마무리...총총총.
다음에 또 읽어야지! 아듀스~
참고 사이트 : http://www.ohbabynames.com/meaning/name/sonia/871#.W1V78tIzZ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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